매주 주말을 빈틈없이 채우던 의미없는 소개팅을 멈추고 다시 휴식의 주말로 돌아왔다.
건강 상태는 그 어느때보다 최상이다.
나는 요즈음 원할 때 마음대로 누워있으며, 
아침을 굶고,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주말에는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도 먹는다.

소개팅을 할 때는  초면에 상대방에게 내 병에 대해 날 것 그대로 밝힐 수 없으니,
어느 정도는 속에 부담스러울 것을 감수하면서 바깥 음식들을 먹었어야 했다.
그 주말이 끝나갈 무렵에는 실패한 소개팅에 대한 스트레스와 자극적인 음식의 부작용으로
여러모로 탈이나곤 했다.

어느순간 이러한 소개팅을 무한으로 반복해도 결국엔 내가 원하는 결과는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결과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의미있는 삶이다.

십여년동안 노래를 취미라고 자랑스럽게 주변인들에게 말하며, 
대학시절 무대에 오른 경험, 노래방 회식에서 동료들을 감탄시킨 것, 
커버영상을 찍어본 것 등을 훈장처럼 여기면서 사람들 앞에서 뻐긴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잠깐동안의 자부심을 느낀 뒤에도 역시나 허무함이 남을 뿐이었다.

이건 뭔가 잘못된건데?
노력에 대한 댓가가 이러한 허무함이라니 가성비가 ...

그런데 그 생각은 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축가를 불러본 뒤에 바뀌었다.
"아~ 이게 내가 바로 노래를 좋아했던 이유구나,
지금까지 내가 노래를 연습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에 있었구나."

나는 처음으로 내가 부른 노래에서 진정으로 '의미'가 있었음을 느꼈다.
나는 친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했고, 노래를 통해 그런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부르기 전, 결혼식장에 올 불특정다수의 하객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걔중에는 나를 모르거나 나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혹시나 일부의 사람이 나를 아니꼽게 볼 시선도 조금은 걱정이 됬다.
하지만 내 진심이 담긴 노래가 끝나자, 식장은 고요했다. 
그 고요함 속에 '감동'이라는 공기가 일렁이고 있음을 느꼈다. 
내 마음도 울렁거렸다. 
내가 혼자 뽕맞은 걸 수도 있겠지만 난 그때 분명 느꼈다.
모두가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대동단결된 것을 
그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고 훈훈하다.

어렸을 적 난 노래를 통해 어떤 '간지나게 보여지는 삶'에 대한 인정욕구를 채우려 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은 노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의미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울림' 그리고 '화합' 

안 풀리는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너무 멀리 돌아온 느낌이 드는데.
결론적으로 내가  억지로 하던 소개팅들의 근원에도 결국엔 뿌리깊은 '인정욕구'가 있었다.
주류에 편승하고자 하는 마음,
궁극적으로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지 않은 채로
일단 나는 남들에게 뒤쳐지는 것만큼은 피하려고 했다.
사회적 기준에서의 '정상적음'으로부터 도태될까봐 하는 불안감이 늘 있었다. 

그래서 한국사회가 말하는 이상적인 time table 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퀘스트를 깨는 마음으로 조급한 소개팅을 했었고,
소개팅을 하다 막상 내가 정해 놓은 이상형에 부합하는 조건의 상대방을 만나더라도
전혀 끌림을 느끼지는 못하고 다음 만남을 포기하곤 했었다. 

왜 그랬을까? 
왜 아무와도 사귀지 못했을까?
거기에 없었기 때문에
뭐가, 내가 원하는 남자가?
아니,
내가 원하는 삶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배우자를 찾는 게 먼저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게 먼저다.
나의 진정한 '일'을 찾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이전에는 내가 원하는 일을 '직업'으로써 찾으려고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방향' 이었고,
그 '방향'은 어느 쪽인지 조금은 알 것 같지만 
너무 추상적이여서 아직 몇 개의 단어로 지정하기는 힘들다.

굳이 떠올려 보자면,
'자연에 대한 탐구', '타인에 대한 이해', '사랑', '인류애', '우정', '절제', '성실함', '극복' 뭐 이런 것들인데
구체화 하기 위해선 좀더 도를 닦아봐야되지 않을까?

아무튼 이제부터 나는
소개팅이나 뭐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등,
흑심을 품은 인위적인 만남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으며,
그것에 대한 노력보다는

나 혼자라도, 아니 혼자 산다고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것에 집중하고 시간을 쏟겠다.

"너 그러다가 독거노인 되!" 
그 말들? 이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겠다.
"야, 어차피 인생은 혼자야, 태어날 때 혼자 태어나서 죽을 때도 혼자 죽어"
"난 내가 원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삶을 살겠어"

결혼 상대를 혹시라도 찾게되면 한꺼번에 혼수까지 다 갖춰서 하려고 했던 이사,
그냥 나 혼자 하겠다.
혼자서도 여유있고 쾌적하게 내 거주환경을 만들겠다. 

또 노후대비에 대해서도 누군가를 만나서 십시일반으로 으쌰으쌰 함께 하려했는데,
또 자식도 낳게 되면 "그래도오~ 내가 정성껏 잘 키워주면 나중에 어느 정도 봉양 이라도 받아야지" 했는데, 
그냥 A부터 Z까지 아니 지금부터 팔구십살까지 내 봉양은 나 혼자서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경제적 능력을 갖추겠다.

그리고 공부, 인류학 공부
내가 배가 고프면서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유일한 일 
'인류학을 공부하는 것' 
이것도 누구 만나서 일단 살림 차리고 애 초등학교까지 보내놓고 어느정도 갖춰지면 해보려고 했는데
그냥 지금부터 최대한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서
걍 할 것이다.

no hesi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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